과학적 방법론 : 관찰, 이론 그리고 또 관찰
17세기의 유명한 과학자이자 수학자 뉴턴은 어느 날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두 물체 간에 적용되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실험을 통해 뉴턴의 법칙은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성립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뉴턴의 이론은 관찰된 현상을 너무나 잘 설명했기 때문에 오늘날 전 세계의 물리학과에서 이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관찰된 현상과 이론의 이러한 관계는 경제학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느 경제학자가 사는 나라에서 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그는 이런 관찰을 토대로 인플레이션에 관한 이론을 만들기로 했다고 하자.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발행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하자.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경제학자는 다른 여러 나라의 물가와 통화량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해야 한다. 통화량의 증가가 물가 상승률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 그는 인플레이션 이론의 유효성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국가 간 비교를 통해 통화량 증가와 물가 상승률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그는 자신의 이론을 더욱 확신할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론과 관찰에 의존하지만 경제학에는 독특한 어려움이 있다. 즉 경제학에서는 실험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물리학에서는 중력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여러종류의 물건을 떨어뜨려봄으로써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경제학자들은 단지 인플레이션에 관한 자료를 얻기 위해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천문학자나 생물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처럼 우연히 만들어지는 현상과 자료에 의존하여 연구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 연구는 실험실에서 실험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얻는 자료에 크게 의존한다. 중동전쟁이 발발하여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전 세계적으로 석유 가격이 폭등한다. 이렇게 되면 석유나 석유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낮아진다. 정책담당자들은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 위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경제학자들에게 주요 천연자원 가격의 변화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전쟁이 끝나 원유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 좋은 기회는 상당 기간 지속된다.
가정(假定)의 역할
가정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해서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국제무역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세상에 두 나라와 두 재화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경우를 보자. 물론 세상에는 훨씬 많은 국가와 수천 가지 재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두 국가와 두 재화의 가정을 통해 우리는 문제의 핵심을 보다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이 가상세계에서 국가 간 무역을 이해한 뒤에는 이를 이용하여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국제무역 현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의 요령은 그것이 물리학이든, 생물학이든, 경제학이든 어떤 가정을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정부가 통화량을 줄이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연구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는 물가에 미치는 효과가 중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가판대에서 파는 주간지의 가격이 몇 년에 한 번씩 변하는 것과 같이 경제 내의 많은 가격도 그다지 자주 변하지는 않는다. 이 사실에서 통화량 변화의 효과를 분석할 때 얼마 후의 효과를 분석하는 가에 따라 각각 다른 가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거나 아주 극단적으로 가격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모든 가격이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가정해야 한다. 물리학에서 조약돌이 떨어질 때와 가벼운 비치볼이 떨어질 때 다른 가정을 적용하듯이, 경제학에서도 통화량 변화의 장기 효과와 단기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각기 다른 가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모형
고교 시절 생물시간에, 선생님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체모형을 사용해서 인체의 구조를 가르쳐주셨을 것이다. 이 플라스틱 모형에는 심장, 간, 신장 등 사람의 주요 장기가 있다. 선생님은 이 모형을 사용해서 사람 몸속의 장기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맞춰졌는지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 플라스틱 모형은 실제 인간의 몸이 아니고, 이것을 실제 인간의 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없을 것이다. 이 모형은 단순화되어 실체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실체와 다른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비현실적인 단순성 때문에 인체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학에서도 현실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모형을 사용한다. 경제학의 모형들은 대부분 그래프와 방정식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생물시간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인체모형과 마찬가지로 경제모형들도 현실의 자세한 부분보다는 훨씬 단순화되어 오히려 진짜 중요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인체모형에 사람 몸의 모든 근육과 혈관이 갖춰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의 여러 모형에도 경제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모든 경제모형은 일정하 가정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마치 물리학자가 조약돌이 낙하할 때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듯이, 경제학자들도 분석하고자 하는 현상과 직접 관련 없는 세부사항은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경제학의 모든 모형은 현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현실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경제학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누어진다.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은 가계와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들이 각각의 시장에서 어떻게 상효작용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다.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은 나라 경제 전체에 관한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다. 미시경제학에서는 임대료 규제가 뉴욕 시의 주택 사정에 미치는 효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외국 자동차 수입의 효과, 의무교육이 근로자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 등이 연구 주제가 된다. 반면 거시경제학에서는 정부차입의 효과, 실업률의 장기적 변화,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정책의 비교 등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라 경제 전체의 변화라는 것이 수많은 개인과 기업의 개별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된 미시경제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는 거시경제 현상을 이해하기가 곤란하다. 예를 들어 거시경제학자가 소득세 경감이 전반적인 생산활동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려면 먼저 세금의 감소가 각 가계의 소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이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두 분야는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다. 생물학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경제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서 점차 큰 단위를 연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꼭 필요하거나 반드시 최선의 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진화생물학은 세포생물학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지만, 진화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은 분야에 따라 별개의 연구 과제와 연구 방법이 있는 별개의 생물학 분야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은 서로 다른 연구 과제가 있기 때문에 두 분야는 종종 연구 방법과 모델이 아주 다르며, 별개의 과목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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