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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경제학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 (3)

by ADWELL 2021. 12. 22.

기본원리 7 :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렇게 위대하다면 정부가 왜 필요할까?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정책의 역할과 범위에 관해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가 법을 잘 집행하고, 시장경제의 기본이 되는 제도와 기구를 잘 유지할 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의 작동을 위해 개인이 자원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재산권(property right)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농부가 자기 수확물이 도둑질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농사를 지을 리 없다. 식당주인은 고객이 식사 후 밥값을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식사를 제공한다. 그리고 불법 복제를 통해 무료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진다면 음반회사는 음악CD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우리는 정부가 법 집행을 통해 우리가 생산하는 물건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정부를 필요로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강력하지만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자원 배분 결과를 바꾸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우와 형평성을 높이려는 경우다. 비유하자면 대부분의 정책은 파이를 키우려는 목적이나 파이를 나누는 방식을 바꾸려는 목적이 있다.

 먼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 손은 대부분의 경우 시장이 경제적 파이를 극대화하도록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이 시장이 자유롭게 기능하도록 맡겨두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한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시장실패의 한 가지 이유는 외부효과다. 외부효과(externality)란 한 사람의 행위가 제삼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환경오염은 외부효과의 고전적 사례다. 시장실패의 또 다른 이유는 시장지배력이다.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이란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시장가격에 임의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마을에 우물이 하나밖에 없다고 하자. 이 우물을 소유한 사람은 물 공급에 대한 시장지배력(이 경우는 독점력)이 있다. 이 우물의 소유자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의 이기심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인 경쟁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외부효과나 시장지배력이 있을 경우 적절한 정부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제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 손이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해도 사람들의 복지 수준에 상당한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구입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비례해서 사람들이 보상을 받도록 하는 체계다. 세계에서 농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세계에서 체스를 제일 잘하는 선수보다 돈을 많이 버는 이유는, 사람들이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이 체스 게임을 보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보다 크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모든 사람이 좋은 음식과 좋은 옷, 충분한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하지는 못한다. 사람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와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소득세와 사회보장제도 같은 많은 공공정책들이 바로 경제적 후생을 보다 공평하게 누리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 실제로 정부가 시장 성과를 항상 개선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공정책은 천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책은 매우 불완전한 정치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책은 정치적으로 막강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하여 만들어지기도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효율성이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올바르게 판단하려는 데 있다.

 

기본원리 8 : 한 나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의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생활수준의 차이는 엄청나다. 2006년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4,260달러다. 그해 멕시코 국민의 평균소득을 1만 1,410달러고 나이지리아는 1,050달러다. 이처럼 커다란 소득 격차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다른 지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고소득 국가의 국민들은 더 많은 TV 수상기와 자동차를 보유하고, 더 좋은 영양 상태와 의료 혜택, 더 긴 평균수명을 누리고 있다.

 생활수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우 크게 변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소득이 (물가 상승을 제하고) 2% 정도씩 증가하여 평균소득은 35년마다 2배가 되었다. 그 결과 지난 1세기 동안 평균소득은 약 8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국가 간 국민소득 격차나 오랜 시간에 걸친 한 나라의 국민소득의 차이는 왜 발생할까?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민 생활수준의 변화는 거의 모든 경우 국가 간 생산성(productivity)의 차이, 즉 단위노동 투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내화와 서비스의 양의 차이에 기인한다. 단위시간당 근로자가 생산해낼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많은 나라에서는 대부분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고,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은 나라의 국민들은 궁핍한 생활을 견뎌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생산성 증가율이 그 나라 국민의 평균소득 증가율을 결정한다.

 생산성과 생활수준의 관계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생산성이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변수이므로 다른 변수들의 중요성은 부차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지난 1세기 동안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최저임금제가 미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근로자에게 최대의 혜택을 가져다준 것은 생산성의 향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품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시장 경쟁 때문에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미국인의 소득 증가가 둔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득증가가 둔화된 진정한 이유는 다른 나라와 경쟁해서가 아니라 미국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국민 생활수준의 관계는 정부정책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 생활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면, 먼저 그 정책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정책은 생산성 향상이고, 잘 교육받은 근로자들이 좋은 장비와 최고의 기술로 생산활동에 임하도록 보장해주면 생산성은 향상된다.

 

기본원리 9 :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

 1921년 1월에 독일 일간신문의 가격은 0.3마르크였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1922년 11월에는 7,000만 마르크가 되었다. 당시 독일의 다른 물건 값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이것은 경제사상 가장 기록적인 인플레이션(inflation), 즉 물가수준의 전반적인 상승 현상의 한 사례다.

 비록 1920년대의 독일과 같은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종종 문제가 되곤 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물가수준이 1970년대에 2배로 상승했고, 당시 제럴드 포드(Gearald Ford)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제일의 공적'이라고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1세기의 첫 10년간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약 2.5%다. 이런 인플레이션으로는 물가가 2배로 뛰는 데 거의 30년이 걸린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을 낮은 수준에 유지하는 것은 어느 정부에게나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가? 높은 물가 상승률이든, 지속되는 물가 상승이단 그 근저에는 통화량의 증가라는 원인이 깔려 있다. 정부가 통화량을 크게 늘리면 화폐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20년대 초 독일에서는 매월 평균물가가 3배씩 상승했고, 통화량도 매월 3배씩 증가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1970년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은 통화량이 급증한 탓이고, 최근에 물가가 안정된 것은 통화량의 증가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기본원리 10 :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다.

 통화량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물가수준의 상승을 가져오지만, 통화량의 증가의 단기 효과는 좀더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통화량 증가의 단기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경제 내에 통화량이 증가하면 전반적으로 지출이 증가하고 그 결과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 수요가 증가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지만, 그 도중에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더 많은 사       람을 고용할 것이다.

 ▶ 고용이 증가하면 실업률이 낮아진다.

 

이 논리는 나라 경제가 접하는 중요한 상충관계, 즉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단기 상충관계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이와 같은 단기 상충관계는 아직도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되는 주제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 단기적으로 상충관계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다시 말해 1~2년의 단기간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단기 상충관계는 1980년대 전반기와 같이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매우 높은 수준이거나, 1990년대 후반기와 같이 매우 낮은 수준이거나 관계없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단기 상충관계는 경기순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란 고용 인구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량와 같은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변화는 대체로 불규칙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

 정책담당자들은 이 단기 상충관계를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통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지출이나 조세 규모,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실업과 인플레이션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수단들을 잠재적으로 그 효과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수단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는 아직도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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