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원리 4 :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경제적 유인(incentive)이란 처벌 가능성이나 보상과 같이 사람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그 무엇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사람은 어느 행동을 하고자 할 때 그 행동에 따른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경제적 유인은 경제학 분석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 심지어 어떤 경제학자는 경제학 전체가 오직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이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유인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하는 데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사과를 덜 사 먹을 것이다. 동시에 사과 과수원 주인들은 인부들을 더 고용해서 사과 생산을 늘리고자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높은 시장가격은 소비자에게 소비를 줄일 유인을 제공하고, 공급자에게는 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행동에 가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시장이 희소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앞으로 알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많은 정책이 사람들이 받는 혜택과 부담해야 하는 비용구조를 바꾸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휘발유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면 사람들은 보다 작고 연비가 좋은 차를 선택할 것이다. 휘발유세가 높은 유럽에서 사람들이 미국에서보다 소형차를 많이 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휘발유세는 사람들이 자가용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직장 근처에 살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휘발유에 높은 세금이 부과된다면 사람들은 아예 전기자동차를 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책담당자들이 정책이 사람들의 유인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만들면 예상 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상 밖의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로 자동차 안전과 안전띠에 관한 정책을 들 수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차량에 안전띠가 장착되지만, 50년 전만 해도 안전띠가 장착된 자동차가 거의 없었다. 1960년대 말에 미국의 유명한 소비자 운동가 랠프 내이더(Ralph Nader)는 「Unsafe at Any Speed」라는 저서를 통해 자동차 안전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 의회는 그 이후 미국 내 자동차 제조회사들에게 안전띠 등 여러 가지 승객 보호 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렇다면 안전띠 의무화 규제가 자동차의 안전을 얼마나 향상시켰을까? 직접적인 효과는 명백했다. 보다 많은 운전자와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함에 따라 교통사고에서 치명상을 당할 확률이 낮아졌다. 이런 면에서는 안전띠가 인명을 보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전체적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규제가 도입된 이후 바뀐 유인구조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의 행동이란 주행 속도와 운전시 주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시간이 더 걸리고 피곤하기 때문에 비용이 초래된다. 운전자가 안전운전의 수준을 결정할 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안전 운전의 한계이득과 한계비용을 고려할 것이다. 천천히 운전함으로써 안전도가 높아지는 데서 얻는 이득이 천천히 운전하는 비용보다 크다면 사람들은 천천히 운전하려고 할 것이다. 길이 미끄러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행하고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안전띠 규제가 합리적인 운전자의 비용편익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생각해보자. 안전띠는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이나 사망의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통해 발행하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안전띠를 착용하면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하는 데 따르는 운전자의 이득이 그만큼 작아진다. 안전띠 착용은 도로를 잘 깔아놓은 것과 같은 효과, 즉 속도를 더 내고 덜 조심스럽게 운전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안전띠 의무화 규제의 순효과는 교통사고의 증가로 나타난다. 운전자들이 전보다 안전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행자들에게 분명히 안 좋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보행자들은 자동차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운전자들과 달리) 강화된 자동차 안전장치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다.
유인구조의 변화와 안전띠 의무화의 효과에 대한 앞의 논의는 한가한 이론적 추측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학자 샘 펠츠만(Sam Peltzman)은 1975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실제로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 발생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 펠츠만의 결론에 따르면 안전띠 규제를 통해 사고당 사망률은 감소했으나, 사고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제의 순효과는 운전자 사망률은 거의 변화가 없고, 보행자 사망률이 높아진 것이다.
자동차 안전에 관한 펠츠만의 연구는 사람들의 행동이 주어진 유인구조에 반응한다는 일반적인 원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어떤 정책이든지 정책의 직접적인 효과와 함께 이 정책이 사람들의 유인구조에 영향을 미쳐 간적접으로 예상치 못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정책이 사람들의 유인구조를 변화시킨다면 사람들의 행동도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본원리 5 : 자유거래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강력한 경쟁국으로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미국 기업들과 일본 기업들이 같은 상품을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미국의 포드와 일본의 도요타는 자동차시장에서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한다. 미국의 애플사와 일본의 소니사도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시장에서 경쟁한다.
그러나 국가 간의 경쟁에 대해 오해하면 안 된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은 운동경기와 같이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쪽은 패배하는 관계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두 국가의 무역은 양국을 모두 이롭게 한다.
그 이유는 무역이 여러분의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여러분의 식구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구하고 있다면, 그는 다른 집 식구 중 직장을 구하는 어떤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다. 모든 가정은 최고의 상품을 최저의 가격으로 구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각 가정은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가정과 경쟁한다. 따라서 모든 가정은 어떤 의미에서 경제 내의 다른 모든 가정과 경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고립되는 것이 여러분의 가족에게 더 득이 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여러분의 가족은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 하고, 옷을 만들어야 하고, 집도 지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의 가족은 다른 가족과 거래함으로써 분명히 많은 이득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끼리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농사일이든, 바느질이든, 집 짓기든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가장 잘하는 일에 특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거래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가장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거래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다. 국가 간의 교역을 통해 각 국가는 그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특화할 수 있고, 보다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은 물론 프랑스, 이집트, 브라질 같은 국가도 세계 경제 속에서 경쟁자인 동시에 파트너가 된다.
기본원리 6 : 일반적으로 시장이 경제활동을 조직하는 좋은 수단이다.
세계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는 1980년대에 발생한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일 것이다. 공산국가들은 공무원들이 희소자원의 배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 아래 경제를 운영해 왔다. 이 계획담당자들은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누가 생산하고, 얼마나 생산해야 하며, 누가 소비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결정했다. 계획경제는 정부만이 국가 전체의 경제적 후생을 가장 잘 증진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오늘날 과거에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던 국가들이 대부분 이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는 경제계획 담당자가 결정할 사항들을 무수히 많은 기업과 가계들이 대신 결정한다. 기업은 누구를 고용하고 무엇을 생산할지 스스로 결정한다. 기업과 가계는 시장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시장에서는 가격과 사적 이윤이 그들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얼핏 보기에 시장경제의 우수성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시장경제에서는 사회 전체의 경제적 후생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는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각각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의사결정 과정이 분산되어 있고,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시장경제가 경제활동을 조직화하여 경제복지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장 유효한 수단임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1776년에 저술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가계와 기업들이 시장에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는 것처럼 행동하여 바람직한 시장 성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목표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이런 마술을 행하는지 배우는 데 있다. 여러분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가격임을 알 것이다. 어느 시장에서든지 구매자들은 가격을 보고 얼마나 구입할지 결정한다. 판매자들도 가격을 보고 얼마나 시장에 내놓을지 결정한다. 그 결과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의 사회적 가치를 나타낼 뿐 아니라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비용의 의미도 포함한다. 가계나 기업은 모두 물건을 사고팔 때 가격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이 초래하는 사회적 이득과 사회적 비용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계산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개별 의사결정자들이 대부분의 경우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아담 스미스의 위대한 발견이다.
아담 스미스의 이 발견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른 가격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 기능을 제약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세금의 부과가 왜 자원의 배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금은 가격을 왜곡하고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한다. 특히 임대료 규제와 같은 가격규제가 어째서 큰 폐해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공산국가에서는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중앙정부의 계획담당자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 경제계획 담당자들은 시장경제에서 가격에 반영되어야 하는 소비자의 취향이나 생산자의 비용과 같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손 하나, 즉 보이지 않는 손을 묶어놓은 채 경제를 관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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