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습/주역

건(乾)

by ADWELL 2022. 3. 16.

용들의 활약

 

 건괘는 여섯 효(爻)가 다 양(陽)으로 이루어진 하늘의 괘이다. 천(天)은 사람 눈에 보이는 푸른 하늘의 형상을 가리키고 건(乾)은 하늘의 내적인 이치 즉 성정을 뜻한다. 하늘에는 선(善)한 원덕(元德)과 통하는 형덕(亨德)과 화(和)하는 이덕(利德)과 견고한 정덕(貞德)의 네 가지 덕이 있어 원형이정으로 건의 사덕(四德)을 풀이하였다[乾 元亨利貞]. 그 까닭은 시(時)가 하늘에서 연유되고 계절의 변화가 사시(四時)의 운행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의 원덕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말한다. 형덕은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이다. 이덕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추수하는 가을의 뜻이 들어 있다. 정덕은 만물이 땅속에 숨는 추운 겨울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사덕은 춘하추동(春夏秋冬)과 생장수장(生長收藏)에 해당한다.

하늘의 운행은 질서정연하여 빈틈이 없고 건실하다. 모두 용(龍)으로 묵시된다. 용은 형상을 볼 수 없는 상상적 동물이고 풍운조화를 부리고 비를 내린다는 형이상학적 존재이다. 천지의 조화를 부리고 그 변화를 헤아릴 수 없는 하늘괘를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물 속에 잠겨 때를 기다리다가 하늘로 올라올라 비를 내리는 용이라야만 하늘의 조화와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쓰이는 말에서도 상서로운 뜻으로 표현된다. '용꿈꾸다, 용되다'에서부터 용상(龍床) 용안(龍顔)은 임금을 상징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건괘의 초월적 강건함의 주역이 되기에 제격이다.

 

 

첫 양효 "물에 잠겨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

 

잠용물용(潛龍勿用)

이 효는 처음 나와 아직 미숙한 상태이므로 못 속에 잠긴 용에 견주어 아직 쓰지 말라고 하였다. 능력과 덕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조용히 마음을 닦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신념과 의지가 확고하여 세속적 유혹에 흔들림이 없다. 자기의 주장이 옳고 바르며 내면적인 실력과 수양을 쌓았지만 남에게 알려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 시기를 꿋꿋이 견디는 자 만이 활동의 기회가 찾아 올 때 더욱 최선을 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다림의 시기를 거치지 않고 쉽게 기회를 얻은 자에겐 일의 귀중함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점수를 기대하고 도서관에 묻혀있는 신림동 고시생의 상황일 수도 있고, 좋은 신부의 자격을 갖춘 골드미스가 데이트할 상대가 없어 답답해하고, 좋은 배역을 찾고 있는 영화배우가 헬스기구 앞에서 땀만 내면서, 모두들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한다.

 

 

둘째 양효 "용이 밭에 나타났다. 대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見龍在田 利見大人

용의 덕이 땅 밖으로 나온 것이다. 학식과 덕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잠룡의 시기를 잘 견디어 낸 뒤에 산뜻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사회적 시선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후미진 골목길이 아닌 기름진 옥토인 밭에서 다시 말하면 그럴싸한 일터에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저기 스카우트의 손길이 뻗어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인물을 만나는가이다. 덕망 있고 경력이 많은 대인을 만나 두고두고 자신을 이끌어줄 인물이라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의 행운이 보장된다.

옛날 중국의 제갈량에게 유비가 찾아오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셋째 양효 "저녁에는 반성하고 늘 두려워하면······"

 

君子 終日乾乾夕惕若 厲无咎

이 효는 아직 아랫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윗사람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다. 남들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인기가 상승되어 가는데도 조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시기 질투라는 따가운 시선을 벗어날 수 있다. 밤낮으로 열심히 직무에 힘쓰고 일 속에 묻혀 살며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생스러운 때이지만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이 정도로 자기관리에 치밀한 사람이라면 장래 서광이 비치고 있다는 예고이다. 무엇보다도 한 순간도 성실함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목표를 향하여 멈추지 않아, 이를 데를 알아서 이르고, 그칠 데를 알아 그치는 자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제력이란 힘든 상황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다.

 

 

넷째 양효 "혹 뛰어 오를 수도 있으나 다시 제자리에"

 

或躍 在淵

위의 중심 효인 비룡재천(飛龍在天)이 되기 위해 뛰어보는 것이고 얼마 못가서 다시 발이 아래로 내려와 제자리로 돌아온다. 바로 눈앞에 화려한 도약의 관문이 보이고 뛰면 손에 닿을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초조하다. 이제는 그만 올라서야 할 때라는 조급함에 뛰어 본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고, 뛰어 본 것은 시험의 단계라고 생각하면 실망할 것 없다.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꾸준히 노력하여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듯······ 무리하게 강행하면 '뛰어봤자 벼룩' 다시 잠룡신세로 전락하여 다시 못 일어나는 수가 있다.

 

 

중심 양효 "용이 하늘을 날다. 유능한 조력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飛龍在天 利見大人

용이 하늘을 날라올라 풍운조화를 부리는 형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볼 수 있는 대운을 만난 자이다. 정치가라면 한 나라의 정권을 장악하여 온 국민 앞에 설 수 있고, 학자라면 그 학설이 세계인을 경탄케 할 것이며, 배우라면 흥행영화의 주역을 맡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이 효는 주역의 많은 효 가운데서도 으뜸 효에 속한다. 하늘 괘의 임금자리이며, 아래 둘째 효의 유능한 도움까지 받는다. 임금의 참모진이 어떤 인물인가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곧 대인을 발탁하고 그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이 효의 능력이다. 이 효를 얻은 인물은 지난 시절 뼈를 깍는 노력을 하였다. 잠룡의 시대를 겪어내고, 현룡의 시대를 지나 약룡(躍龍)을 거쳐 비룡(飛龍)이 되었다. 시운도 만났고 지위도 차지했으며 덕망을 다 갖춘 준비된 지도자상이다. 그의 능력은 구름을 타고 천하에 단비라는 은택까지 널리 뿌리게 될 것이다. 

 

 

위 효 "높이 올라 간 용이니 후회만 남으리라"

 

亢龍 有悔

맨 위라서 더 나아갈 수 없어 항룡이다. 높은 곳에 처했지만 실권은 없고 할 일도 없다. 아래의 둘째 효와 셋째 효는 비룡재천의 중심 효만 돕기 때문에 이 효는 고립무원의 자리이다. 움직일수록 뉘우침만 남는다. 현룡이나 비룡같은 힘있는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것도 능력이다. 그래서 벼슬을 그만두면 빨리 가난해지는 것이 오히려 보기 좋다는 말이 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깃털처럼 가볍게 저무를 황혼 길을 걷는 일이 최선의 길이다.

 

▼▲▼

이렇게 여섯 용들은 각기 자리와 활동의 때가 다르다. 사람의 모든 행동도 자신의 위치와 때를 잘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해야 그에 상당하는 복을 받게 된다. 욕심이 앞서거나 때를 모르고 날뛰면 더욱 어긋나고 힘들어 진다.

 

처음 효는 용이 못 속에 잠겨있는 때이니 세상에 나가지 말아야 하고,

둘째 효는 용이 밖으로 나온 때이니 써 줄 사람을 찾아야 하고,

셋째 효는 용이 한창 일을 할 때이니 열심히 노력하고 또 두려워해야 마땅하고,

넷째 효는 용이 날기 위해 시험해보는 때이니 뛰었다가 자기 능력을 측정한 뒤에 다시 못 속에 잠겨 때를 기다려야 하고,

중심 효는 하늘을 나는 용이 조화를 부리는 때이니 자기를 보필할 사람을 구해야 하고,

위 효는 용이 너무 지나쳐 높은 곳에 있으나 모든 힘을 다 잃은 때이니 후회만 하고 있다. 

 

건괘는 여섯 효가 모두 맑고 가벼운 양으로만 되어 있어 음양의 조화가 없는 것 같지만, 각기 때에 따른 진퇴와 강약이 있다. 어떠한 용의 때를 탔느냐에 따라 처지가 바뀐다.

 

'학습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천수(水天需)  (0) 2022.03.26
길흉의 종류와 의미  (0) 2022.03.25
산수몽(山水蒙)  (0) 2022.03.24
수뢰둔(水雷屯)  (0) 2022.03.17
곤(坤)  (0)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