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경제학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 (1)

ADWELL 2021. 12. 20. 21:15

 '경제' 를 의미하는 economy라는 단어는 원래 '집 안 살림하는 사람' 이라는 의미의 'oiko nom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얼핏 이런 어원이 약간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정 살림살이와 경제에는 공통점이 많다.

 어느 가정이든지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누가 저녁을 차려야 할지, 누가 빨래를 해야 할지, 저녁 식탁에서 누가 더 맛있는 반찬을 많이 먹을지, 어떤 TV프로그램을 누가 볼지 등 식구 중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또 그 대가로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즉 한 가계는 각 식구의 능력과 노력, 희망에 따라 제한된 자원을 식구들에게 나눠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도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느 사회든지 어떤 일을 해야하고, 그 일을 누가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식량을 생산해야 하고, 누군가는 옷을 만들어야 하며, 또 누군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가 사람들(토지, 건물, 기계와 같은 생산요소도 동일하다)을 여러 가지 일에 종사하도록 한 뒤에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배분해야 한다. 즉 누가 시내버스를 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이다. 희소성(scarcity)이란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만큼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어느 가정에서든지 모든 식구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회도 그 구성원들이 원하는 최고의 생활수준을 누구에게나 보장해줄 수 없다.

 경제학(economics)이란 사회가 희소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자원이 강력한 독재자 한 사람에 의해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가계와 기업 간의 행위에 따라 배분된다. 따라서 경제학은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얼마나 일하고 무엇을 구입하며, 얼마나 저축하고 그 저축을 어떻게 투자하는지 등과 같은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예를 들어 수많은 판매자와 구입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한 재화의 거래 수량과 가격이 결정되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평균소득의 증가, 일자리가 없는 국민들의 비율, 물가 상승률 등과 같이 나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그 추세도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다.

 

기본원리 1 :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속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가 무엇을 얻고자 하면, 대개 그 대가로 무엇인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

 현대 산업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선택 가운데 하나는 깨끗한 환경과 소득 증가 간의 선택이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규제는 그만큼 생산비용을 높인다. 생산비가 오르면 기업 이윤이 줄고 임금이 낮아지며, 제품 가격은 높아진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규제는 깨끗한 환경과 건강을 가져다주지만 기업주나 근로자, 소비자의 소득을 낮추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

 사회가 직면하는 또 다른 선택은 효율성과 형평성의 상충관계(trade-off)다. 효율성(efficiency)이란 제한된 희소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며, 형평성(equality)이란 경제 발전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효율성이 떡의 크기를 나타내는 개념이라면, 형평성은 떡을 나누는 방법에 관한 개념이다.

 정부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 두 가지 목표가 상충되는 일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적 혜택을 보다 균등하게 분배하고자 하는 정책을 생각해보자. 사회복지제도나 실업보험제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수단이다. 개인소득세 제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정부 유지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제도들은 형평성을 높이지만, 경제적 효율성은 낮춘다. 정부가 부유한 사람들의 소득을 빈곤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려고 하면, 열심히 일하는 데 대한 보상이 줄어들어서 사람들은 덜 열심히 일하고 결과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성이 줄어든다. 정부가 떡을 균등하게 나누고자 할 때 떡은 작아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항상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사람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심리학 공부를 포기하면 경제학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심리학 공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정부규제가 우리의 물질적 생활수준을 낮춘다고 해서 환경보호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그들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일할 유인을 줄인다고 해서 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 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경제학 공부는 바로 이런 현실의 상충관계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본원리 2 : 선택의 대가는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그 무엇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을 선택할 경우의 득과 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선택의 대가는 그리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에 관한 의사결정을 생각해보자. 대학 진학의 주요 이득은 지적 성장과 일생 동안 좋은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가능성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득에 대한 대가는 무엇일까? 우선 등록금, 책값, 하숙비, 식비 등과 같은 현금비용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비용들은 대학을 다니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계산 방식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비용의 일부는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초래되는 비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고 해도 어디에선가 잠자고 먹는 비용은 계속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하숙비와 식비 그 자체는 대학에 다니기 때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아니다. 대학에 다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하숙비와 식비를 더 부담한다면, 그 차액만큼만 대학에 다니는 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대학에 다니는 가장 큰 비용, 즉 시간비용을 누락시킨다는 점이다. 대학에 다니면서 강의 듣고, 독서하고, 시험 보고, 리포트 쓰는 시간 동안에는 다른 직업에 종사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학교 다니는 시간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잠재적 임금소득이 대학에 다니는 가장 큰 비용이 되는 것이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어떤 선택을 위해 포기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대학진학의 예와 같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행동한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 갈 나이가 된 운동선수 중에 프로에 진출하여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선수들은 대학 진학의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대학 진학의 비용이 이득에 비해 크다고 판단하여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기본원리 3 : 합리적 판단은 한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합리적인 사람(rational people)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합리적인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의사결정이 흑백논리에 따라 분명하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예를 들어 저녁식사를 하려고 할 때 여러분이 내려야 하는 결정은 굶을까 돼지처럼 많이 먹을까라기보다는, 식사 중에 밥이나 반찬을 좀더 먹을까말까 하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할 때의 의사결정은 시험을 아예 포기할까 하루 24시간 내내 공부할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 시간을 더 공부할까 아니면 그 시간에 TV를 볼까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이 사람들이 행동이나 현재의 계획을 조금씩 바꾸어 적응하는 것을 한계적 변화(marginal changes)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계적 변화란 사람들이 하는 일의 맨 끝부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뜻한다. 합리적인 사람은 한계적 변화의 이득과 비용을 비교하여 현재 진행 중인 행동을 바꿀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승객 한명당 평균비용이 500달러인 항공사의 비행기가 빈자리 10개를 남겨둔 채 목적지로 출발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자. 그런데 대기하는 승객 중 한명은 이 비행기를 타기위해 최대 300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항공사는 300달러를 받고 이 승객을 태워야 한다. 대기 중인 승객이 한계비용 이상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한 그 사람을 비행기에 태우는 것이 이윤을 늘리를 길이다.

 한계적 의사결정은 다른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의 고전적 사례를 생각해보자. 왜 다이아몬드는 값이 비싸고 물은 쌀까? 물은 사람들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다이아몬드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물을 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서라도 다이아몬드를 사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어떤 물건에 대해 기꺼이 지불하려는 금액은 현재 상태에서 그 재화 한 단위가 주는 추가적인 이득, 즉 한계이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계이득은 지금 그 사람이 그 재화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는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물은 필수재지만, 사람들은 물을 충분히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물 한 컵의 한계이득은 별로 크지 않다. 반면에 다이아몬드는 생존에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너무 귀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한계이득은 큰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은 어떤 의사결정에 따른 한계이득이 한계비용보다 클 때만 그 대안을 선택할 것이다. 바로 이 원리를 통해 항공사가 왜 평균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표를 팔고, 사람들이 왜 물보다 많은 금액을 내고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