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사(地水師)
전쟁에는 백전노장(百戰老將)이라야 승리한다.
사(師)는 무리를 말한다. 수가 많아서 무리를 이루는 것도 땅이고 전쟁을 하는 곳도 땅이다. 전쟁은 험한 일이기 때문에 물의 험한 속을 양(陽)인 둘째 효가 무리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간다.
사괘(師卦)는 둘째 효의 강한 양 하나에 모두가 음이다. 양효인 대장이 중심 효인 인군의 명을 받고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간다. 전쟁터에 나가는 대장은 지모와 용맹이 뛰어난 백전노장이라야 한다. 군대를 충돌할 때는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전쟁이란 천하를 혹독하게 하는 것이다. 비록 천하를 혹독하게 하지만 오히려 백성이 목숨 바쳐 따르니 전쟁은 승리한다. 땅은 만물을 포용하고 물은 생물을 길러준다. 그래서 전쟁을 하더라도 길하고 허물이 없다.
첫 음효 "군사규칙을 따라야 한다."
師出以律 否臧 凶.
군사가 전쟁에 나가는 데는 철저하게 군율(軍律)을 지켜야 한다. 처음부터 조심하고 법을 지키라고 경계한다. 사람의 마음이 착하더라도 위계질서가 없으면 전쟁에 패하여 흉하다.
둘째 양효 "인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대장의 힘"
在師中吉 承天寵也 王三錫命 懷萬邦也
군사를 동원하는 대장이 인군의 총애를 받아 여러 군사들이 복종한다. 인군이 세 번이나 훈장을 내려 준다. 처음엔 임명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사기를 북돋아 격려함이요, 셋째는 승리를 비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와 온 나라를 포용하고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다. 군사에 중을 얻어 길하다는 것은 왕의 총애를 받아서이고 모든 나라를 품안에 포용함이다. 소인이나 경력이 약한 초보가 이 효를 얻으면 걱정만 많고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장수나 권력자 사장 등의 지시를 받은 부하의 입장에서 이 효를 얻으면 윗사람을 믿고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단 윗사람이 백전노장이라야 한다.
셋째 음효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師或輿尸 凶
군사가 여럿이서 떠들고 주장하면 군율이 서지 않고 질서가 무너져 전쟁에 패하는 요인이 된다.
넷째 음효 "전략적인 후퇴"
師左次无咎 未失常也
군사가 후퇴한다. 무리하게 진격하다가 패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것이 작전이다. 오른쪽은 힘이 있는 곳이고 왼쪽은 힘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우차(右次)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고 좌차(左次)는 뒤로 후퇴하는 것이니 전략적으로 일진일퇴하는 것도 허물이 없는 것이다. 그곳의 지리적인 조건을 관망한 뒤에 다시 진격하면 된다. 군대의 출병이 일반적 인간 도리와 힘의 법칙에 어긋날 때는 회군이 최선의 방책이다.
중심 음효 "밭곡식을 해치는 새때 같은 외적들을 물리쳐라."
田有禽 利執言无咎 長子帥師 弟子輿尸貞凶
이 효는 출전 명령을 내리는 인군의 자리이다. 유순하면서 중도를 지킨다. 이쪽에서 적을 친 것이 아니고 적의 공격을 받아서 싸운 것이다. 밭의 곡식을 해치는 새처럼 백성을 해치는 외적을 물리치라는 명을 받는다. 만약 졸병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면 아무리 바른 일이라 해도 가당치 않는 일이다. 여럿이 주장하면 바르다 해도 흉하다.
어떤 사람이 승진을 앞에 두고 이 효를 얻었다. 그를 음해하는 내부의 방해꾼 때문에 승진은 어려웠다. 충심스런 설득과 엄중한 말로 방해꾼들을 다스리고 정리한 뒤에 승진했다.
위 음효 "대군이 명령을 내린다. 전쟁이 끝났다."
이 효는 전쟁에서 이긴 후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여 각자의 공에 따라 상을 주는 자리이다. 공이 있는 소인에게 상을 줄 때는 상을 줄망정 벼슬자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 개국승가(開國承家)를 하는데 소인을 임용하면 나라를 어지럽힌다. 교만함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효를 정치인이 얻으면 나라를 세우는 중심인물이 된다. 유력한 경제인은 회사를 창설한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는 좋지 않은 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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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괘의 둘째 효는 덕장(德將)으로 병정들에게 인심을 얻는다. 승전할 것이다.
처음 효는 군인으로 절저하게 군율을 따라야 한다고 했고,
둘째 효는 강하고 덕이 있는 장군으로 국가안위를 가늠하는 전쟁에 나간다.
셋째 효는 졸병인데 자기주장만 고집하다가 패전하고,
넷째 효는 전략적으로 후퇴하여 무모하게 진격하다 패망하는 실패를 면한다.
중심 효는 지혜는 있으나 경험이 없어 통솔력이 약하여 병졸들에게 휘둘리면 낭패다.
위 효는 전쟁에 승리하여 공로에 따라 상을 주되 소인을 임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