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둔(水雷屯)
난생(難生)처음 겪는 어려움
屯元享利貞 勿用有攸往 利建候
하늘과 땅이 문을 연 뒤에는 만물이 생겨난다. 물건이 처음 생기는 초창기에는 쭉쭉 뻗어나가지 못하므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래서 둔屯은 어렵다[屯難]는 뜻과 머무르다[駐屯]는 뜻이 있다.
둔은 물 속에 우레가 있는 상이므로 험한 것[水]이 앞에 놓여 있어서 움직여 나오는 [雷]데 큰 어려움을 겪는 형상이다. 애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움직여 나오느라 얼마나 어려운가를 상상해 보면 된다. 그러나 태어난 생명은 성장하게 마련하므로 형통하는 도가 있다. 어려울수록 정도를 굳게 지켜야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보조자를 구해야 하는데 초창기의 과정이므로 경험 많고 사랑 많은 어른을 모셔야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
첫 양효 "제자리를 맴돌다가 구제의 깃발을 치켜들다"
磐桓 利居貞 利建候
이 효는 양이 제자리에 바르게 있어 어려운 시대를 타개할 수 있는 둔괘의 주역이다. 귀한 존재가 천한 자리에 있어 임금의 덕은 있지만 그 지위가 없다. 그래서 곧바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한다. 그러나 어려움을 구제하려는 뜻과 바르게 하려는 의지가 있어 도움의 손길을 얻게 된다. 이 괘의 넷째 효가 이 효를 보좌한다. 처음엔 가까운 둘째 효에게 마음이 끌려 좀 머뭇거리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넷째 효와 손을 잡고 주변을 안정시키고 구제의 주역으로 나선다. 이 효는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인내심을 가지고 제자리에서 눌러앉아 이 시기를 잘 버텨야만 뒤에 크게 얻음이 있다.
둘째 음효 "마음을 빼앗긴다. 제짝을 만나는 데 10년이 걸린다."
屯如邅如 乘馬班如 非寇婚媾 女子貞不字十年乃字
음의 자리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이 효는 중정(中正)한 여성이다. 이 여성에게는 처음 효와 위 괘의 중심 효라는 두 남자가 있다. 중심효는 이미 사랑하는 관계이지만 멀리 있다. 그래서 처음 효의 말을 탔다가 다시 내린다. 그는 도적이 아니고 혼인을 청하는 것이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있는 그 남자[陽]의 매력에 끌리어 마음이 몹시 흔들린다. 이미 약속된 배우자인 위의 남자는 너무 멀리 있어 자주 만나지를 못한다. 그러나 이 효는 여자로서 유순하고 품성이 얌전하여 신의를 지켜 10년을 기다린 뒤에 중심 효에게 시집간다.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는 데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셋째 음효 "사슴 사냥에 몰이꾼이 없다."
卽鹿无虞 以從禽也 君子舍之 往吝窮也
이 효는 외롭고 약하며 덕도 부족하다. 사냥을 가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냥 정처 없이 숲속으로 들어간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일찍이 그만 두어야 한다. 사냥감이 보여도 사슴을 바짝 쫓아 뒤따라가면 위험 속에 빠지는 수가 있다. 헛된 명예와 지위를 추구하지만 마치 나는 새를 쫓는 것처러 이룰 수 없는 헛일을 한다는 뜻이다. 사냥은 다 놓치고 가면 갈수록 곤궁해질 뿐이다. 욕심을 버리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무탈하다.
넷째 음효 "말에서 내린다. 눈을 낮춰 아래쪽에서 보조자를 찾아라."
乘馬班如 求婚媾往吉 无不利
강력한 힘을 가진 위의 중심 효에게 가까이 할 생각을 거두고 말에서 내려야 한다. 처음 효가 진실된 보조자이니 눈을 낮춰 그의 구혼을 받아들이면 행복할 것이다. 조건이 좋아 겉보기에 화려한 중심 효는 내 짝이 아니다. 명석한 판단으로 처음 효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주변 상황이 곤란하여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도움을 얻는 경우이다. 이 넷째 효는 대신의 자리이므로 현명한 보조자와 힘을 합하면 오히려 임금을 돕게 되고 둔난(屯難)한 시국을 타개하는 대열에 서게 될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어려운 시대에는 신하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중심 양효 "큰 은혜를 베풀지는 못한다. 작은 규모로 일해야 한다."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큰일은 벌리지 말아야 한다. 이 효가 지위는 높으나 혼란기의 한복판에 있는데다 초창기라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어수선한 상태이다. 민심은 모두 처음 효에게 쏠려 있어 아랫사람에게 큰 혜택을 베풀 단계가 아니다. 작은 규모로 꼼꼼하게 해 나가야 한다. 크게 일을 벌이면 곧게 해도 흉하다. 소득이 기대보다 훨씬 적다는 것만 명심해야 한다.
위 음효 "말에서 내려와 피눈물만 흘린다"
乘馬班如 泣血漣如
아래의 중심 효에게 가려고 말을 탔으나 자기 상대가 아니므로 다시 내려온다. 높은 자리에 있어도 실권이 하나도 없어 힘을 쓰지 못한다. 막다른 지경이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 전진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여 피눈물을 흘리고 울고 있다. 둔의 시대는 험난한 때이므로 더욱 곤란하다. 아래의 삼효는 자신의 일도 감당 못하는 처지라서 응원군이 되지 못한다. 더 나아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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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屯)은 천지가 열린 뒤에 만물이 어렵게 나온다는 뜻이며 출산의 진통과 어려움에 비유된다.
일의 시작의 단계라 앞날을 개척하느라 쉴 새 없이 편안하지 못하다.
사업운이라면 일단 시작은 하지만 실패하기 쉽고 선거운으로 보면 출마는 하지만 낙선한다.
처음효가 현명하고 유능한 남자로 겸손하여 대중과 어려움을 함께 나눠 민심을 얻는다.
둘째 효는 이웃 남자의 청혼을 물리치고 십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 어렵게 결혼하니 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셋째 효는 몰이꾼도 없이 사냥을 갔다가 곤경에 빠지고,
넷째 효는 두 남자를 놓고 망설이다가 제 짝을 선택하고
중심 효는 높은 자리에 있으나 실권과 인기는 신하인 처음 효에게 있다.
위 효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외롭고 무력하여 눈물만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