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경제학

경제학자들 간의 견해차이

ADWELL 2022. 2. 21. 22:09

"모든 경제학자들을 드러눕혀 일렬로 이어본다면, 그들은 결론이라는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이 농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경제학자들은 하나의 그룹이지만 상충되는 의견을 제시해 정책담당자들에게 비난받기도 한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경제학자들에게 100개의 질문을 던진다면 3,000개의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왜 경제학자들이 정책담당자들에게 상충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실증적 현실 인식이 서로 다를 수 있다.

▶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경제정책이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과학적 판단의 차이

 수 세기 전에는 과학자들이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인지 태양인지 논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지구과학자들이 지금 지구온난화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이라는 것은 우리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의 현상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탐구가 진행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 무엇이 진리인지 이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똑같은 이유로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경제학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학문이기 때문에 아직도 밝혀야 할 진리가 많다. 제시된 이론의 유효성이나 경제변수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모수(parameters)의 값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견해차가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을 각 가정의 소득에 근거해서 부과해야 하는지, 소비 지출 규모에 근거해서 부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에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현행 소득세를 소비세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소비세가 도입되면 소득 중에서 저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저축이 증가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저축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과 생활수준이 더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소득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비세로 바꾸더라도 저축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경우 경제학자들은 저축이 조세제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에 관한 실증적 견해차 때문에 어떠한 조세제도가 더 바람직한가 하는 규범적 견해차를 보이는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

 피터와 폴라는 동네 우물에서 같은 분량의 물을 길어다 쓴다고 하자.이 우물의 관리를 위해 마을에서는 주민들에게 세금을 거둔다. 피터의 소득은 5만 달러고, 이중 5,000달러, 즉 소득의 10%를 세금으로 낸다. 폴라는 1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고, 이중 2,000달러, 즉 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낸다.

 이 세금정책은 공평한가? 공평하지 않다면 누가 더 내야 하고, 누가 덜 내야 하는가? 폴라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든지, 연극배우라는 사실 등이 이 판단에 감안되어야 하는가? 피터의 소득이 높은 것이 유산을 많이 물려받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힘든 직업이지만 열심히 일한 대가인지 등이 여러분의 판단을 좌우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어려운 문제다. 이 마을이 우물관리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떻게 세금을 부과해야 할지 조세전문가에게 물어보았을때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 간단한 예는 바로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에 대해 왜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지 잘 보여준다. 규범적 분석과 실증적 분석의 논의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정책이라는 것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들이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과학적 기법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피터와 폴라 중에 누가 더 세금을 내야 하는지 결정해줄 수는 없다.

 

인식 대 현실

 경제학자 간의 견해차는 과학적 판단과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사실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명제와 동의 비율>

1. 주택 임대료 규제는 주택의 수량과 품질의 저하를 가져온다. (93%)

2. 관세와 수입쿼터가 부과되면 대체로 경제적 후생수준이 낮아진다. (93%)

3. 변동환율제는 유효한 국제통화 체제다. (90%)

4. 조세 감면이나 정부지출의 증가와 같은 재정정책은 완전고용에 미달한 경제에서는 상당한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낸다. (90%)

5. 미국 정부는 고용주들이 해외 근로자에게 외주(outsourcing) 주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 (90%)

6. 미국 정부는 농업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85%)

7. 미국의 지방정부는 지역 프로 스포츠팀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85%)

8. 정부재정의 균형은 매년 달성하는 것보다 경기순환 주기를 단위로 달성해야 한다. (85%)

9. 지금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적자 규모는 50년 이내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다. (85%)

10. 현금을 주는 것이 같은 값의 물건으로 주는 것보다 받는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 (84%)

11. 과도한 재정적자는 국민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83%)

12. 최저임금제가 시행되면 젊은 비숙련 근로자들의 실업률이 높아진다. (79%)

13.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조는 '마이너스 소득세(부의 소득세)' 개념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14. 배출부과금 제도와 배출권 거래제도는 배출량 상한 규제보다 우월한 방식이다. (78%)

 

 위의 목록에 경제정책에 관한 14가지 명제가 있다.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의 절대다수가 이 14가지 명제에 동의했다.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이 명제들의 대부분을 조사했다면 이와 같은 동의는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첫째 명제는 임대료 규제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임대료 규제야말로 주택의 원활한 공급과 주택 품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매우 비용이 큰 정책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도시정책 당국자들이 경제학자들의 이런 충고를 무시하고 주택 임대료의 상한선을 규제하고 있다. 

 둘째 명제는 국가 간의 무역을 제한하는 두 가지 정책, 즉 관세와 수입쿼터에 관한 것이다. 나중에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무역장벽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의회는 지난 수년 동안 일부 품목의 수입에 대해 제한을 가해왔다.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규제나 무역장벽과 같은 정책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정치적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학자들이 이런 정책들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반 대중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